약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말 중 하나는, “이 영양제, 남편이랑 같이 먹어도 되나요?”라고 합니다. 그 물음 안에는 편리함, 비용 절감, 신뢰 등 다양한 이유가 숨어 있겠지만,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몸은 성별을 구분하고, 그에 맞게 요구되는 영양도 다르다는 점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호르몬 체계, 근육과 지방 비율, 대사 속도, 생리적 구조에서부터 완전히 다른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종합비타민이라도 성별에 따라 함량과 성분이 달라지는 이유는 바로 이 생리적 차이를 고려한 설계의 결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남성과 여성 영양제의 차이점을 호르몬 구조, 요구 성분, 복용 목적 등의 세 가지 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합니다.
호르몬 체계 : 영양 흡수와 요구량을 결정
남성과 여성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바로 호르몬입니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중심의 안드로겐계 호르몬이 우세하며, 이는 근육 발달, 성욕, 기초대사, 혈액 생성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주축인 에스트로겐계 호르몬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생리 주기, 피하지방 분포, 피부 탄력, 감정 조절, 뼈 건강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작용합니다. 이 호르몬 차이가 생리학적 요구량의 기준이 되며, 결국 어떤 영양소를 얼마만큼 어떤 형태로 공급하느냐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여성은 매월 생리로 인해 철분 손실이 많아 철분이 꼭 필요하지만, 남성은 과도한 철분 축적이 심장 질환이나 산화 스트레스 유발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용 영양제에는 철분이 15~18mg 정도 포함된 반면, 남성용에는 철분이 아예 빠져 있거나 5mg 이하로 소량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 대사와 관련된 비타민B6, 엽산, 이노시톨 등이 중요하며, 갱년기 전후에는 감마리놀렌산, 콩 이소플라본, 비타민D까지 함께 복합된 제품이 자주 권해집니다. 반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도와주는 아연, 마그네슘, 비타민D, 셀레늄 등이 중심이 됩니다. 특히 아연은 정자 생성과 면역 기능, 전립선 건강에 필수이며, 실제 남성 전용 제품에서는 15mg 이상 고함량으로 들어간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호르몬은 단순히 생식 기능을 넘어서, 영양 설계의 근간을 만드는 체계입니다. 성별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제품을 먹는다는 것은, 서로 다른 설계도를 가진 건물에 같은 재료를 들이붓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필요 성분 : 남성은 근육과 활력, 여성은 뼈와 면역
남성과 여성은 근육량과 지방량, 대사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영양소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남성은 평균적으로 기초 대사량이 더 높고 근육량이 많아 비타민 B군, 코엔자임 Q10, 타우린, 마그네슘 같은 에너지 대사 관련 성분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야근 또는 운동이 잦은 직장인 남성에게는 비타민 B1, B6, 아르기닌, 옥타코사놀 등이 포함된 제품을 추천드리게 됩니다. 또한 남성의 가장 큰 건강 고민 중 하나는 전립선과 간 건강입니다. 이 때문에 쏘팔메토, 밀크씨슬, 셀레늄이 들어간 복합제가 많이 나오며, 대부분 남성용 영양제에서 빠지지 않는 성분입니다. 실제 상담에서 보면 40~50대 남성분들은 체력 저하와 집중력 감퇴를 가장 먼저 호소합니다. 이럴 때는 활력 중심의 기능성 조합이 큰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여성은 폐경 전후로 뼈가 약해지고 골다공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이로 인해 칼슘, 비타민D, K2, 마그네슘 중심의 조합이 필요합니다. 또한 생리통, 감정 기복, 면역 저하 등이 빈번해지는 시기엔 감마리놀렌산, 유산균, 아연, 엽산이 들어간 제품을 주로 권합니다. 피부와 모발 관리도 여성분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콜라겐, 히알루론산, 비오틴, 셀렌 등이 강화된 여성용 제품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남성은 에너지 중심, 여성은 균형과 회복 중심의 영양 구성이 필요하며, 같은 영양소라 하더라도 용량과 복용 목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복용 목적 : 목적이 다르면 효과도 다르다
영양제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나는 왜 이걸 먹으려 하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습니다. 남성은 주로 활력 회복, 운동 능력 향상, 간 기능 보조, 전립선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찾습니다. 실제로 30대 이후 남성들은 체력 저하와 함께 업무 스트레스, 음주 등으로 간 건강과 피로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많이 찾습니다. 이때는 밀크씨슬, 코엔자임 Q10, 아르기닌, 쏘팔메토, 옥타코사놀 등이 포함된 기능성 중심의 복합제가 적합합니다.
여성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가장 큰 키워드는 컨디션 유지, 피부와 모발 관리, 생리 전 증상 완화, 뼈 건강입니다. 피로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호소하지만, 그 속에는 두통, 불면, 감정기복 등 호르몬 연계 증상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비타민 B6, 이노시톨, 감마리놀렌산, 마그네슘, 유산균 등이 들어간 정서적 안정과 호르몬 밸런스 조절을 돕는 조합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여성은 피부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비오틴, 히알루론산, 피시콜라겐, 셀레늄 등이 강화된 제품을 선호합니다. 같은 종합비타민이라도 남성은 운동 후 피로회복 목적으로, 여성은 피부·모발 개선용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복용 목적을 정확히 알고 접근할 때, 영양제는 단순한 보조제가 아닌 실제 삶의 질을 개선하는 조력자가 됩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리듬을 유지하고 싶은지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가장 똑똑한 영양제 선택법입니다.
오늘의 결론은 "같은 듯 다른 두 몸, 영양 설계도 달라야 한다"입니다.
영양제는 단순히 비타민 몇 가지 섞인 알약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성별, 나이, 생활습관, 건강 목표까지 고려된 정교한 설계가 담겨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몸이 원하는 방식도, 필요로 하는 구성도 다릅니다. 함께 산다고 해서 같은 것을 먹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몸을 존중하며 맞춤 설계를 하는 것이 진정한 건강관리의 시작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영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몸은 늘 신호를 보내고 있고, 그 신호에 귀 기울이는 첫 번째 도구가 바로 나에게 맞는 한 알의 영양제일지도 모릅니다.